이른 아침 회색 공기가 시장 골목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나무문이 삐걱 열리자마자 오래된 화로 위 깊은 냄비에서 은은한 김이 올라왔고 탁자 위에는 채소 바구니와 도마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마리안은 앞치마를 정돈하고 도마 위에 채소를 고르게 늘어놓았다. 늘 정해뒀던 방식을 지키고는 조용히 칼을 들어 채소를 썰기 시작했다. 칼끝이 채소를 가를 때 나는 소리가 이른 아침의 고요 속에서 경쾌하게 울렸다.
식당의 문이 열리면서 조끼 유니폼을 입은 손님이 조용히 구석 자리에 앉았다. 마리안의 눈이 잠깐 그 손님을 스쳤다. 하지만 손님은 고개를 돌리고 바깥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정착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마리안에게는 벌써 익숙해진 일이다. 그녀는 말 대신 식전 빵을 들어 테이블 위에 조심스럽게 놓았다.
손님이 빵을 집어드는 걸 확인하고 마리안은 부엌 쪽으로 돌아갔다. 도마 위에 이번엔 당근을 얇게 썰고 깊은 청색 버섯을 정성스레 다듬었다. 국솥 위 국자는 한 번 더 물을 퍼 올렸다. 새로운 접시가 또 준비되었다. 문이 또 한 번 열리자 이번에는 모녀가 들어왔다. 마리안은 그녀들에게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고 조용하게 인사했다.
“어서 오세요.”
여성은 고개를 숙였고 아이는 바구니를 꼭 쥔 채로 식당 안을 두리번거렸다. 평소와 다름 없는 주문을 받은 마리안은 밥과 국 반찬이 담긴 접시 두 개를 그들의 앞에 조심스럽게 놓았다. 아이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짧은 침묵 속에서도 식당 안은 온기로 가득했다. 바깥에서는 시장을 오가는 사람들의 발소리와 바람에 나무문 삐걱거리는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마리안은 몰래 아이의 손 위에 사탕 하나를 쥐어주고 가게 구석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가게 한켠 벽에 걸린 양초를 손가락 끝으로 살짝 어루만졌다. 고향에서 챙겨온 양초는 어느새 새끼손가락 크기 정도로 짧아져 있었다. 마리안은 다 태우지 못한 양초를 버리지 않고 작은 상자에 보관했다. 그 초가 그녀와 고향을 잇는 작은 연결고리처럼 느껴졌다. 생각에 잠긴 마리안은 다시금 들어오는 손님을 맞이하고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스토리텔러: 성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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