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전통시장은 사람들은 내가 여기 자리잡기 전부터 오랜 시간 쌓아온 관계가 돋보이는 작은 세계였다.
누가 몇 시에 불을 켜고, 누가 언제 물건을 들여오고,
누가 오늘 기분이 좋은지, 혹은 말없이 지나가는 게 나은 날인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눈빛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사이였다.
마리안은 그 질서 속에 천천히 발을 들이려 하는 사람이었다.
노력이 헛되지 않았는지 이름을 부르면 돌아볼 만큼은 익숙해졌고,
가끔은 지나치다 손을 흔드는 사람이 생겼으며,
반찬가게 아주머니는 어느새
“이거 남으면 버려야 해, 아깝잖아” 하며 용기에 한 숟가락 더 담아주곤 했다.

그럼에도 어떤 순간은
자신이 ‘막 입장한 관찰자’처럼 느껴졌다.
가게 문 사이로 스며드는 낮은 웃음소리나
오래된 농담이 오가는 순간에는
자연스럽게 망설이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녀가 외국인 이주민이라는 사실은
시장 사람들 입 밖에 잘 오르내리지는 않았지만,
꼬리표처럼 그들의 눈길 한구석에 남아 있었다.
멀리 밀어내지도 않았지만,
완전히 끌어안은 것도 아니었다.
마리안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마리아은 그저 모른 척할 뿐이었다. 불편하지도,
편안하지도 않은 말로는 정리할 수 없는 애매한 온도였다.
그녀는 매일 시장을 걸으며 느꼈다.
자신에게 허락된 공간이
그 경계는 늘 신경이 쓰였다.
언제나 옆에 머물러 있었다.
그래도 마리안은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가며 계속 그 선을 밟으려했다.
조심스레, 그러나 분명히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가며.
(스토리텔러: 홍예지)

본 저작물의 모든 권리는 홍예지에게 있습니다. (ⓒ 홍예지,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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