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서사 <경계 밖의 요리사>

익숙한 시장에 처음 드리운 낯선 방문

mynote03469 2025. 11. 30.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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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오후, 시장 복도는 마치 낯선 그림자가 스친 듯 조용해졌다.

평소라면 서로의 등짝을 두드리며 농담을 던질 상인들도

그날만큼은 말을 삼킨 채, 입구 쪽으로 고개만 돌렸다.

 

먼저 눈에 보인 것은 정장을 단정히 여민 남자들의 구두였다.

규칙적인 구두 소리, 서류철이 부딪히는 딱딱한 마찰음,

그리고 시장의 공기를 가르는 낯선 냄새, 이 공간과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었다.

 

시설 전체 점검입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건조한 안내 한 문장에

상인들은 서로 얼굴만 바라봤다.

이 방문이 단순한 점검일 리 없다는 느낌이 모두의 얼굴에 엷게 드러났다.

 

누군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지? 무슨 점검을 이렇게 크게?”

 

시장 상인들 모두가 가진 의문이었지만 낯선 상황에 선뜻 대답할 수 있는 이가 없었다.

 

하지만 마리안은

그 정적 속에서 단 한 사람,

마리안 만은 그들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관계자들 가슴에 달린 로고,

종이 끝에서 반짝이는 기업의 문양,

그것들이 한 걸음씩 시장 깊숙이 들어오는 걸 바라보는 순간

그녀의 가슴 깊은 어딘가가 옅게 조여들었다.

 

다른 이들에게는 그저 처음 보는,

조금은 불길한 풍경일 뿐이었지만

마리안에게 그것은 '이미 본 적 있는 형태의 침묵'이었다.

 

불과 몇 년 전에 마리안이 이미 겪은 지금 여기와 아주 닮은 움직임.

누군가의 자리, 누군가의 일상, 누군가의 손맛이 천천히 밀려나던 장면의 잔향.

 

그 장면 전체가 머릿속에서 되살아나는 건 아니었지만,

그 기척은 마치 오래전에 들었던 소리처럼,

마리안의 시간이 다시 멈춘듯 그 장면의 일부분이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마리안은 의식하지 못한 채 손을 살짝 움켜쥐었다.

 

사람들은 아무도 몰랐다.

이 방문이 시장에 처음 발생한 일일지 몰라도,

이런 기류를 온몸으로 먼저 읽어내는 사람은 마리안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아무도 몰랐다.

 

상인들의 얇은 불안 위로

마리안의 오래된 감각이 조용히 포개지고 있었다.

그녀는 한 걸음 뒤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며

조금씩 굳어지는 자신의 마음을 느꼈다.

 

마치 누군가 시장 바닥에 작은 금을 긋는 소리 같았다.

아무도 듣지 못하는 아주 가느다란 소리.

 

그 선을 넘어오지 못하게 하겠다는 듯,

마리안의 숨이 서서히 단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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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홍예지)

본 저작물의 모든 권리는 홍예지에게 있습니다. (ⓒ 홍예지,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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