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서사 <경계 밖의 요리사>

재계약 일괄 해지 통보

mynote03469 2025. 11. 30.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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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와 똑같은 아침이지만 갑작스럽게 닥친 시장 점검 때문에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모두 누구의 눈치를 보듯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그때, 상인회 회장이 두툼한 서류 한 묶음을 들고
시장 입구에서 걸어왔다.
 
평소엔 잰걸음으로 시장을 누비던 그가 오늘은 죽상을 한 채 발을 끌며 걸었다.
서류를 쥔 손은 보일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전통시장 재정비… 일괄 해지 통보입니다.”
 
순식간에 주변의 모든 소리가 꺼졌다.
얼마나 조용했는지 평소에 들리지도 않는 냉동고 돌아가는 소리만 시장을 크게 울렸다.
 
“우리… 전부인가요?”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잠깐만요, 이게… 이게 무슨 말입니까?”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며 모두 한 마디씩 던졌다.
사람들은 통보서를 한 장씩 건네받아
허공을 바라보듯 종이를 들여다봤다.
 
어떤 이는 현실을 못 믿겠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고,
어떤 이는 종이를 접어
손 안에서 구겨졌다 펴지기를 반복했으며,
어떤 이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밖으로 나오는 일을
몇 번이나 되풀이했다.
 
발 디딜 틈 없이 정돈된 이 작은 시장이
단숨에 방향을 잃은 배처럼 흔들렸다.
 
이곳이 생긴 이래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었다.
평생을 시장에서 보낸 사람들조차
‘혹시 이런 날이 올 수도 있다’는 상상조차 해본 적 없었다.
 
마리안은 통보서를 들고
또박또박, 천천히 글자를 따라가며 읽었다.
 
좋을대로 포장된 그 계약서의 내용은 명백히 시장 사람들의 사정따위는 고려하지 않은 말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종이 한 장과 몇 줄의 활자가
가게의 역사와 세월을 견뎌온 사람들의 얼굴마저, 너무 쉽게 지워지는 듯 보였다.

그 순간,
마리안은 알 수 없는 싸늘함이
발끝에서부터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이것은 단순한 행정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이미 오래전에 시작된 침식이
이제야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는 직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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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홍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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