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셔터들이 하나둘 내려가며 어둠이 빠르게 골목을 채웠다.
그 와중에 불이 켜진 곳은 마리안의 가게뿐이었다.
그녀는 가게에 혼자 있기 답답해 작은 의자를 들고 문 앞에 나와 앉았다.
낮 동안 시장 사람들의 얼굴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평생 자리를 지켜온 이들이 하루아침에 흔들려 불안해하던 표정, 마리안의 오래된 기억과 겹쳤다.
‘여기서 밀려나면… 나는 또 어디로 가야 하지?’
익숙해지기 위해 애써온 시간들이 스쳐갔다.
장난을 건네던 상인들의 목소리, 남아도 좋다며 건네던 반찬, 문 앞에 조용히 놓여 있던 따뜻한 호빵.
크지 않은 순간들이 어느새 그녀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시장 사람들에게 정이 든 것도 사실이었지만,
무엇보다 그녀를 붙잡은 것은 자신의 가게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었다.
어머니를 지키지 못했던 그 시간처럼, 다시는 시간을 멈추고 싶지 않았다.
그때 처음으로 확신이 생겼다.
‘아니… 난 여기 떠나고 싶지 않아.’
처음으로 자신이 머물고 싶은 곳을 발견한 사람의 마음이었다.
텅 빈 시장을 바라보며
그녀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계속 여기 있고 싶어.”
그 한마디가
마리안의 밤을 다음 날로 이어주는 힘이 되었다.
(스토리텔러: 홍예지)

본 저작물의 모든 권리는 홍예지에게 있습니다. (ⓒ 홍예지,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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