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서사 <경계 밖의 요리사>

새로운 시작

mynote03469 2025. 11. 30.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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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팻말들이 땅에 내려앉았다.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흐름을 되찾고 있었다. 군중은 휴대전화 속 소식을 반복해서 확인했다. 서로의 눈빛 속에 맺힌 눈물은 안도와 기쁨으로 바뀌었다. 이 순간 그들 모두는 한마음으로 폭풍이 끝났음을, 그리고 자유와 희망이 돌아왔음을 함께 느끼고 있었다.

 

그때, 마리안이 단상에서 조용히 내려왔다. 원하는 것을 지켜낸 지금은 이제 아무 의미 없는 자리일 뿐이었다. 사람들 사이를 지나갈 때마다 그녀에게 시선이 머문다. 처음 보는 얼굴들도 모두 잠시 멈추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고된 하루를 함께 버텨낸 이들 간의 서로를 향한 조용한 연대가 눈빛으로 전해졌다.

 

한 상인이 천천히 다가왔다. 그의 옷은 굵직한 먼지와 땀 자국으로 얼룩져 있었다. 그는 걱정 섞인 숨을 내쉬면서도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우리가 이걸로 끝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당신이 오늘 시작을 보여줬어요.”

 

그는 가볍게 악수했다. 그를 시작으로 주변에서 또 다른 사람이 입을 열었다.

 

우린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 설령 모두가 등을 돌려도 제대로 자리 지킬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요.”

 

그 말에 동의하듯 조용했던 광장은 서로의 용기를 칭찬하며 단박에 떠들썩해졌다. 그리고 그 순간 마리안은 이 싸움이 그들에게도 단순한 반대나 항의가 아니라 근본적인 것을 지키려는 의지였음을 알았다. 광장 위로 가로등 불빛이 켜졌다. 부드럽게 내려앉은 빛이 사람들 위로 천천히 퍼졌다. 고향의 향기만큼 이곳에도 익숙한 향이 나기 시작했다. 사람의 냄새가 고된 시장의 공기 속에 묘하게 스며들었다. 마리안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이곳에서 이 사람들과 함께한 기억의 일부가 되었다는 느낌이 서렸다.

 

사람들은 이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떠나는 발걸음 속에는 새로운 결심이 있었다. 팻말을 접은 채 각자의 가게로 향하거나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후희를 나누는 사람들을 바라보다 시장 쪽 골목으로 향했다.

 

마리안은 그렇게 사람들 속을 같이 걸으며 길고 따뜻한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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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성채현)

본 저작물의 모든 권리는 성채현에게 있습니다. (ⓒ 성채현,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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