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의 주방에서 마리안은 그날 광장의 풍경을 생생히 회상했다.
시장 앞 광장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사람들의 모습과 팻말이 바람에 삐걱거리는 감각까지 선명했다. 마리안은 허탈함 대신 희망이 보인 도시 속에서 당당히 승리를 움켜쥐었다. 그 감각에 빠져있을 때쯤 수증기 끓는 소리가 마리안을 일깨웠다. 마리안은 주방을 정리하고 은경에게 약속했던 요리를 주었다. 은경과 차려둔 음식을 나눠 먹으며 그동안에 있었던 세종시의 생활 또한 가볍게 주고받았다. 은경과의 사이에는 잠시 말이 없이도 서로에 대한 믿음과 안도감이 퍼졌다. 그렇게 대화를 나눌수록 옅게 남아있던 긴장까지 풀어졌다. 나는 살 곳을 잃지 않았다. 몸이 무겁던 마음은 천천히 내려앉았다.
그때였다.
미처 닫지 못한 가게 문 사이로 누군가 조용히 다가왔다.
그녀가 고개를 들었을 때, 한 남자가 그린듯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자신을 루카라고 소개한 남자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의 행동이 도시를 움직였습니다.”
타인에게 내 공을 칭찬하는 말은 조금 어색하기도 했다. 루카는 마리안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품에서 한 장의 종이를 꺼냈다. 그 위에는 빼곡한 글씨가 적혀 있었다. 순간 옛 기억이 떠올랐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는 것을 믿었다. 나는 루카가 건네주는 종이를 천천히 읽어내렸다.
“함께 새로운 일을 해보지 않겠습니까?”
마리안의 심장이 가볍게 떨렸다. 그 제안은 단순한 제안이 아니었다. 그것은 기록되지 않았던 냄새와 감정, 그리고 생의 흔적들을 ‘보존’하겠다는 루카의 약속이었다. 마리안은 비로서 자신이 더 이상 고립된 이방인이 아님을 느꼈다. 마리안은 요리를 통해 도시의 기억 일부로 남을 수 있다는 기회이자 가능성이었다. 마리안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시장의 오래된 바닥에 눕던 날의 절규가,
언제나 들리지 않던 마리안의 음식의 냄새가,
광장에서 크기를 불려갔던 작은 촛불이,
이제 비로소 도시의 기억 속에 자리를 얻는 순간이었다.
(스토리텔러: 성채현)

본 저작물의 모든 권리는 성채현에게 있습니다. (ⓒ 성채현,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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