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서사 <경계 밖의 요리사>

Prequel: 술래잡기

mynote03469 2025. 11. 3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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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5년 11월 16일 날씨: 춥긴 한데 바람은 안 불어서 견딜만해

며칠 전에 쓴 일기를 봤다.(이거 나중에 맨정신으로 보니까 엄청 창피하네. 적당히 쓰다가 불로 태워야지.)

그날 이후 폐허 지역은 가지 않았다.
괜히 스스로 그녀를 칭찬했다가 다시 욕보이기도 하고 그녀에게는 몹쓸 짓을 한 것 같다. 어차피 다시 만날 일은 없을 테지만 그럼에도 속으로 다시 한번 사과했다. 미안해요.

한국어학원을 마치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 이 근처에는 한국어 학원을 포함한 다른 학원이 많았기에 학생이 많아 놀거리·먹거리가 많았다. 친구랑 같이 노는 건 진작에 포기했고, 오늘은 혼자 붕어빵이나 먹기로 했다.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팥을 먹어봤는데 엄청 달아서 내 취향이다. 나중에 고향 요리에도 적용할 부분이 있는지 연구해 볼 필요성이 있는 것 같다.

포창마차에 들러 붕어빵을 주문하려고 했을 때,

""앗.""

선객으로 그녀가 있었다.

도망쳤다. 아니, 딱히 이유가 있는 건 아니지만 얼굴을 보기 꺼려져서. 어차피 상대는 내 얼굴도 모르겠지만…

"어?"

따라왔다. 잠시 뒤를 돌아봤는데 그녀 역시 종종걸음으로 나를 뒤쫓아왔다.

아니, 왜 따라오는 거지?

나는 갑자기 쫓아오는 그녀를 보고 속도를 더욱 높여 도망쳤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 역시 속도를 높였다. 결국 우리는 도심 한복판에서 서로 전력질주로 술래잡기를 시작했다.

"허억. 허억."
"하아. 하아."

자동차 배기음 소리,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떠드는 소리, 휴대폰 알람음과 거리에서 들리는 CM송까지. 도시의 생활소음이 곳곳에서 들렸지만 결국 내 귀에 계속 맴도는 건 가쁜 숨소리뿐이었다.
차라리 '멈추세요!'라고 소리라도 치면 멈추겠지만 아무 말도 없이 그냥 쫓아오니까 계속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일정한 규칙처럼 내뱉던 숨소리 중 하나가 멈췄다. 뒤를 돌아보니 그녀가 맨땅에 풀썩 주지 앉아 숨을 헥헥거리고 있었다. 계속 도망칠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걱정이 된 나머지 그만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괜찮으세요?"

"하아. 하아. 잡았다…. 하아."

상태를 살피러 다가갔다가 결국 사색이 된 그녀에게 꽉 붙잡혔다. 요리사라는 직업은 어느 정도 몸 쓰는 일을 많이 하기에 나는 진작에 괜찮아졌지만, 그녀는 몸 쓰는 일에 영 젬병인 것 같았다. 10분 넘게 골골거리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다. 물론 그 와중에도 손은 계속 나를 붙잡고 있었다.

"왜 도망쳤어요?"

"쫓아오니까요."

그녀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듯이 동그란 눈을 크게 뜨였다. 역으로 나도 질문했다.

"왜 쫓아왔어요?"

"도망치니까요."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꾸했다.

뭘까, 이 대화 내용은. 아까 전력 질주에 사용된 체력이 무척이나 아까워졌다.

"왜 요즘 폐허에 안 와요?"

폐허? 그야…

"요즘 바쁘기도 하고 폐허는 얼추 다 본 것 같아서요."

혼자 자괴감에 빠져 안 갔다고 할 수는 없어서 적당한 핑계를 댔다.

내 핑계에 그녀는 다행이란 듯이 한숨은 내쉬었다.

"아직 구경할 거 많아요. 내일 한번 오세요.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네?"

"그럼 내일 폐허에서 항상 만나던 시간에 봐요."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나를 계속 쳐다봤다.

"…왜 그러세요?"

"대답."

"아, 네 내일 꼭 갈게요."

그제야 그녀는 만족했는지 조용히 미소를 짓고는 내 팔을 놓아줬다.

뭔가, 생각한 성격이랑 살짝 다른 느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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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김남훈)

본 저작물의 모든 권리는 김남훈에게 있습니다. (ⓒ 김남훈,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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